엘리와 제임이 남매의 엄마가 되어서도 여전히 게으르게 잡생각만 하며 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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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니체
2016/04/27   2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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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16
왜 토마스는 자기가 사랑하는 테레사가 괴로워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다른 여자들과 섹스를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던진 질문이었다. 여러 번 읽었던 밀란 쿤데라의 책인데, 책에서 손을 떼고 내용을 곱씹다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나곤 했다. 

나에게 특별했던 몇 명에게 선물하기도 했던 책이었는데, 정작 나는 최근 몇년 바빠서 들여다 보지 못했다. 마치 예전에 친하고 좋아했던, 그러나 지금은 서로 너무도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오랫만에 연락하기도 멋적은 그런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겠지. 가끔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을 생각하면서. 내가 변했듯 그도 많이 변했을텐데,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기억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서 disproportionate 하게 왜곡되었을텐데, 멀어지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그는 변질된 내 기억의 그자리에서 영원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의미 없는 질문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왜? 라는 질문이 의미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열정과 솔직함과 순결함이 헛된 질문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한다. 왜 토마스는 다른 여자들과 잤을까? 왜 테레사는 그런 토마스를 견디며 살았을까? 왜 프란츠는 사비나가 자신에게 같은 종류의 사랑을 되돌려 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내를 떠나려 했을까? 왜 사비나는… 그리고 기억이 났다. 이 책 첫장이 니체의 영원 회귀를 소개하며 시작된다는걸. 바보같은 질문들이다. 왜 바람을 피우는지 대단한 이유라는게 있을리가 없다. 괴로워하면서 관계를 쫑내지 못하는 여자는 쌔고 쌨다. 상대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어찌 하겠는가? 

굉장히 최근에 깨닫게 된 일이지만 니체가 나에게 어필했던 이유는 단지 내가 틀렸다고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애시당초 그의 주장이 그 자체로 설득력이 있는지는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스스로를 괴롭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라는 질문을 멈출수가 없었고 사실 나의 지적 활동이란 왜? 라는 질문에 대한 '아마도'로 시작되는, 그 중 어느 하나도 확실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대답에 지나지 않았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괴로워하는 그 문제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니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니체를 좋아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답을 알고 싶다. 원래 그런거야, 라고 말해줘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우리 애들처럼, 어른인체 의미 없는 질문이라며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 척 해도, 나도 결국은 그렇게 다시 묻게 된다. 토마스는 왜 다른 여자들을 만났을까? 니체가 맞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중2병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지나지 않았다.
by 금복주 | 2016/04/27 06:53 | 트랙백 | 덧글(0)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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