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와 제임이 남매의 엄마가 되어서도 여전히 게으르게 잡생각만 하며 사는 중.
by 금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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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16
새뮤얼 핍스Samuel Pepys라는 영국 사람이 있다. 학교에서 배운 우리 애들에 의하면 런던 대화재the Great fire of London의 시대상을 일기로 잘 그려낸 사람이란다. 뭐 그런 역사적 사건 이외에도 이 사람은 하녀랑 바람피우다 마누라한테 들킨 내용등 시시콜콜한 내용들을 자신의 일기에 적어낸걸로도 유명하다. 구질구질한 디테일을 기록한 자신의 일기가 이렇게 널리 읽힌다는 사실이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닐수는 있지만, 어차피 이 사람은 옛날에 죽어서 모를테고(..) 무엇보다 어떤 공적이나 성과 등 흔히 역사속 유명인이 알려진 이유와는 달리 잡다하고 조금은 시시하기도 한 일상과 가슴에 품고 있던 개인적인 내면 세계가 남에게 널리 읽힌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더 매력적이고 특별한 일이지 않은가. 

고등학교때 어떤 아이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릴때 일기를 쓴 후 식구 중 누군가 읽도록 은근히 반 쯤 펼쳐진 일기를 책상에 올려놓곤 했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일기 쓰기를 그만 두었다고. 이해할 수 있었다. 숨기고 싶지만 누군가 궁금해 해 주었으면,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 보아 주었으면 하는 대놓고 말할 수 없는 그런 부끄러운 바람과 욕망을. 

어쨌든 그래서 다시 블로그에 끄적끄적 잡다한 이야기를 적어보기로 했다. 새뮤얼 핍스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단지 고등학교때 잠깐 알았던 그 아이가 가졌던 순진한 욕심에 가까운, 아니 그보다도 더 소박한 단지 막연한 기대감으로... 읽힐 수도, 읽히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 보다는 덜 서글픈 것 같다.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사라지는 나의 존재와, 십여년 넘게 외국에 살면서 많이 상실한 한국어에 대한 감각은 앞으로도 점점 더 작아만 지겠지만, 더 잃기 전에 조금이라도 그 흔적을 존재 기록 차원에서 남기고 싶다. 

기묘한 이야기.. 에서였던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중에서 반쯤 미친듯한 기자가 되풀이하며 중얼거렸듯이. 키로쿠 스룬다記録するんだ.
by 금복주 | 2016/03/01 08:19 | 트랙백 | 덧글(0)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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