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와 제임이 남매의 엄마가 되어서도 여전히 게으르게 잡생각만 하며 사는 중.
by 금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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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3/10

백일이 지난지 며칠 후에 요로감염에 걸려 입원했었던 제임이가 13개월이 지난 오늘은 역류검사를 하러 병원에 다녀왔다.

아주 어린 아기가 고열을 동반한 요로감염에 걸렸을때는 요로의 판막이 정상적으로 구실을 못하는 경우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 오줌이 위로 올라가니 이런 경우엔 요로 감염이 당연히 재발할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신장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수 있기 때문에 제임이가 입원했던 강남 세브란스 병원 담당 의사가 거듭 강조했었던 역류검사. 얇은 관으로 요도를 통해 조영제를 방광에 채워넣고, 방광이 가득차서 조영제가 흘러나오면 x ray 촬영을 통해 신장 쪽으로 역류 여부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겨우 서너달 된 내 자식과 일주일동안 종합병원 신세를 졌던 그때... 걱정과 안도등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들쭉날쭉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우울했던것 같다. 세상과 마주하기 싫어 이불속에서 눈감고 있고만 싶은 그런 종류의 우울함. 돌이켜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렇지만 그당시 나는 내가 무슨 기분인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던것 같다. 모유수유중이었던 나만이 병원에서 제임이를 돌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누구든 닥치면 하게 되어 있다. 의식하지 못한게 축복이기도 했다. 조그맣고 통통한 손등에 일주일동안 링거를 꽂고 있던 제임이. 나는 추리닝을 입고 하루종일 다른 아픈 아기 엄마들이랑 여러가지 아픈 얘기를 하고, 새로 온 아픈 아기들을 만나고,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된 아기들에게는 잘가라 인사를 하고... 함부로 안을수도 없어 밤이면 병원용 아기 이동 침대에 제임이를 눕히고는 어둑어둑한 외래 진료소를 돌아다니며 잠을 재웠다. 퇴원할 즈음 되어서는 진부하지만 시간이 어찌나 천천히 가던지. 역류검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하지 않은데에는 제임이의 상태에 대한 나와 존득 나름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막연히 병원이 싫었기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다. 어쨌든 그 이후로 제임이는 건강했고, 거듭되는 의사의 권유에 마음이 흔들릴 즈음엔 신종플루가 창궐해서 종합병원 근처엔 가지 않아도 좋을 핑계가 생겼고, 결국 검사를 하지 않고 싱가포르로 오게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갓난쟁이때부터 엘리를 봐 온 소아과 의사는 제이미의 병력을 듣고는 요로감염이 그후로 재발하지 않았다면 두고 봐도 좋을거라 했다. 딴 얘기지만 유명한 소아과 의사도 좋지만 진료 볼 때마다 기본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고 예약도 두 달 이후에나 가능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금 덜 바쁜 다른 소아과 의사는 제이미의 병력을 듣고는 당장 역류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신장이 망가져 평생 고생할 수도 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며 거의 무책임한 부모인 우리를 나무라는 분위기.

그래서 결국 오늘 아침에 찾아간 방사선과. 온 가족이 다 출동했지만 결정적으로 방사선 차단 가운이 의사꺼 간호사꺼 보호자꺼 세개밖에 없었다. 또다시 닥치면 하게 되어있는 나홀로 상황 발생. 간호사는 다리를 붙들고 나는 팔을 붙들고, 얼굴이 시뻘개져 소리를 질러대는 제임이를 보면서 얘가 조금만 더 컸으면 역류검사 못할뻔 했을거라고 생각했다. 힘이 장사다. 제임이가 잠시 숨을 돌리느라 울음을 멈췄을땐 나도 팔에 힘이 빠지면서 왈칵 눈물을 터뜨리고 싶은 기분이 잠시 조금 들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울 이유가 더더욱 없어졌다. 어찌나 분한지 제임이는 검사가 끝나고도 울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옷을 갈아입히고 대기실로 나왔을땐 이미 기분이 좋아져 제 누나랑 대기실 탁자를 끼고 돌면서 평소처럼 콧등에 주름 잡으며 킥킥댔지만. 이쁜것... 아프면 엄마가 미안한거고, 건강하면 너한테 고마운거지. 이쁜것.

참고로 역류현상이 있을땐 여러 치료방법이 있겠지만 흔히 몇년동안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한다. 대부분은 자라면서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어느정도 자랐을때 수술을 하게 된다고. 몰랐지만 검색해보니 흔히 있는 병인것 같다. 어떤 상황이든 그저 아픈 아기들이 빨리 낫기를 바랄 뿐이다. 강남 세브란스에서 만났던 몇몇 장기입원 아기들도 지금쯤은 거기에 없기를 바라고...

by 금복주 | 2010/04/01 00:24 | 트랙백 | 덧글(0)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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