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와 제임이 남매의 엄마가 되어서도 여전히 게으르게 잡생각만 하며 사는 중.
by 금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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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메이드 두고 살면서 집에서 네가 하는 일이 있냐는 식으로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내 집안일 뭐 자기가 도와줬나? 참나. 좀 짜증나는데 목에 핏대 세우며 항변할 일은 아니기에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곤 한다. 그러나 집안일을 별 의미없는 정리정돈 쯤으로 생각하는 이라도 회사에서 자기 밑에 한 사람이라도 둬 본 경험이 있다면 알 것이다. 사람을 매니지하는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인지를.

사실 집안일 자체가 돈 받고 하는 일보다 힘든 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돈을 안받지. 일하는 자의 가장 큰 목적과 보람은 돈이 아니던가. 또 정해진 워킹아워가 없다는 것. 한마디도 24/7 굴러가는 삶이 일인 것이다. 그리고 사표내기가 힘든 일이라는 점. 용기내어 사표내봤자 무책임한 아내나 엄마라는 소리밖에 더 듣나. 그만두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인데 열심히 해봤자 표도 안나고... 한마디로 별로 rewarding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으로부터 끊임없는 동기부여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 집안일이다. 이것은 뭔가... 가정주부의 辯이로군..

어쨌든. 이런 집안일을 도와주는 이가 메이드 즉 입주 가정부다. 집안일이 24/7 굴러가니 입주 가정부도 24/7 매니지 해야한다는 말이 된다. 메이드도 사람인데 24/7 집안일을 시키다니 노예냐? 라고 목에 핏대 높이시는 분 계실 것이다. 가상의 비판에 응하자면 절대 그런 말 아닙니다. 싱가포르에서 메이드를 고용할때는 계약서를 쓴다. 물론 메이드 제도 자체가 현대판 노예제에 가깝다고 나 스스로도 느끼는 점이 많기 때문에 계약서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서 얘기하진 않겠다. 여러 사례를 비판하며 메이드를 인간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 중에도 메이드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어쨌거나 우선 쓴 계약서니까 메이드라는 직업의 jobscope에 대해 조금 얘기를 해보자면 한마디로 고용주의 집안일을 돕는 거다. 워킹아워 물론 나와있지 않다. 왜냐하면 집안일이니까. 몇시부터 몇시까지 집안일 정해놓고 하는 집 있나? 물론 밤에 consecutive 8 hours 동안 숙면을 취할수 있게끔 고용주에게 권고하고 있다. 권고에 그칠수 밖에 없는 이유 역시 집안일이니까. 많은 가정에서 어린아이가 있기 때문에 메이드를 쓴다. 어린아이가 밤에 자다 깰수도 있다. 어느날은 초저녁부터 잠들어 새벽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건 메이드의 입장에서도 언제든 일어나서 일을 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언제든 메이드를 매니지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뭐 그런 야그인거지요... 스스로의 정의감에 도취되어 남의 '집안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불쑥 내뱉은 말 한마디에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려 하시는 분들 정말 많으십니다.

솥뚜껑 매니저도 어쨌든 매니저라 재능도 필요하고 관록도 필요하다. 프로페셔널하게 여겨지지 않는 집안일의 특성상 메이드에게 적용할 적절한 원칙과 바운더리를 찾는 일도 참으로 애매하고 정답이 없다. 우리집에 24/7 나와 같이 머무르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여자를 대체 어떻게 대해야 하나? 직장에서 부하 직원 대하듯이 대하기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사적이지 않은가. 어떤 매니저는 메이드를 가족처럼 대하다가 실패하고 어떤 매니저는 메이드를 필요할때만 쓰는 하녀처럼 대하다가 실패한다. 메이드로 일하러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기껏해야 집안일일 뿐이므로' 어떤 퀄리피케이션도 없으며 각양각색이다. 공통점이라곤 여자라는것 정도? 재수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매니저라도 정말 이상한 사람을 고용할수도 있다는 얘기다. 퀄리피케이션이 없으니 면접이라는것도 인상이 좋은가 힘은 잘 쓰게 생겼나 말은 조리있게 하나 정도에서 그친다. 컨트롤할수 없는 조건을 비롯한 이런 여러 조건들이 맞물려 있으니 실패하는 매니저들이 많은것도 사실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싱가포르인들이 메이드를 쓰면서 한달에 한 번 외출도 못하게 한다카더라 하지만 잘 살펴보면 메이드를 쓰지 않는 싱가포르 가정들도 많다. 왠만하면 맘 편하게 사는게 좋으니까.

우리집 사정으로 말할것 같으면 뭐 나도 꼭 해야 한다면 혼자서 애들 둘 보고 집안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메이드는 기본 생활 충족에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관련된 사안이라는 것. 애들한테 맨날 성질 부리고 바퀴벌레 개미가 들끓는 집에서 사느니, 마음은 약간 불편하고 신경써야 할 일은 많아졌지만 애들한테 좀더 여유있는 엄마가 될 수 있고 집안도 대체로 깔끔한 것이 낫다는 것이 내 상황에 대한 결론이다. 다행히도 인도네시아 메이드 포니자는 제이미도 잘 보고 엘리랑도 잘 놀고 일도 열심히 하고 나한테도 먼저 깍듯하게 대해 얘를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갈팡질팡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신경쓸 일들은 항상 있다. 기분 좋고 따뜻한 말을 해주고 싶은데 뭐라고 해야할지, 세탁실이 지저분한데 치우라고 말하면 기분이 상하지는 않을지, 난 점심 나가서 먹을 예정인데 얘는 점심에 뭘 먹으라고 해야하나, 등등. 포니자는 절대 우리와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인권에 관심이 많으신 또 우리 남편님께서 적극 권하여 첫 몇번은 마지못해 우리 식탁에서 밥을 먹었으나 불편했는지 어느순간 슬금슬금 부엌으로 들어가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굳이 내 기준에 합당한 행위를 포니자에게 강권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인간에게는 다른 이를 인간적으로 대해야 할 의무라는게 있다지만, 남을 비난하는것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는 그 인간적이라는 기준은 내가 보기엔 굉장히 도식화되어있다. 아 물론 때리거나 감금하면 안되지. 그랬다가 감옥살이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다니까.. 난 포니자를 하녀처럼 대해서 부엌에서 밥을 먹게 하는게 아니다. 포니자가 그쪽이 편하고 나도 더이상 마음 못정해 거기에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면 그걸로서 하나의 원칙은 정해진 셈이 된다.

메이드에게 해서는 안되는 일들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메이드를 쓰는 일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by 금복주 | 2010/03/12 02:23 | 트랙백 | 덧글(0)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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