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와 제임이 남매의 엄마가 되어서도 여전히 게으르게 잡생각만 하며 사는 중.
by 금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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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2/10
갑자기 S 생각이 났다.

대학교 일학년때 어느 토요일.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으니 S야 우리집에 와서 같이 놀다 자고가라... 그당시 나랑 사귀던 모 씨도 소개시켜 줄께 해서 삼성역 사거리 미래애셋 맞은편 핀란디아라는 커피숍에서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안오는 것이었다. 아무리 불타는 연애질 중이었다지만 오기로 하던 사람이 나타나질 않으니 왜 안오지? 라는 말만 반복하는 지루한 시간은 계속되고. 몇번씩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아 결국 포기하고 연애상대와도 헤어져서 11시쯤 혼자 집에 가는데 드디어 S한테 전화가 왔다. 특유의 약간 실없이 들뜨고 조금은 자조적인 목소리로 미안하다며 지금 우리집 근처에 다 왔단다. 드디어 만나서 연락이 두절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그 이유란 것이... 나를 만나러 오는 길에 '도를 아십니까'를 만난 것이었다. 항상 생각이 많던 S는 그날따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나의 추측) 그 사람을 따라갔고, 그게 그렇게 오래 걸렸다나... '도를 아십니까'를 만났다는 사람은 무수히 봤지만 진짜 따라가봤다는 사람은 내 친구중에 S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어떻더냐고 물어보니 뭔가 길게 설명을 했는데 뭐라고 했는지 지금 잘은 기억이 안나고 거기서 내주는 한복을 입고 절을 했다는 제일 황당한 부분만이 기억이 난다. 뭐 돈도 냈다는것 같고.
어쨌든 집에 왔으니 맥주도 좀 마시고 수다도 떨고, 담배를 피우잔다. 우리 부모님은 담배를 안피우시기 때문에 냄새 남으면 나 죽어, 그랬더니 창문열고 담배피우면 괜찮다고 나를 꼬신다. 난 그걸 믿은걸까 아님 그냥 믿고 싶었던걸까? 근데 그럼 재떨이는 어떡해? 하니까 크리넥스를 몇장 뽑더니 태연하게 거기에 침을 뱉어 축축하게 만든다. 우린 아저씨들을 미워하는 반항적인 여대생들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아저씨처럼 가래침은 안뱉었고... 완전 진지하고 얌전하게 소리없이 입에 고인 침을 휴지에 뚜욱 떨어뜨려 그렇게 일회용 재떨이를 만들었다. 사실 이게 오랫만에 S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이었는데 아놔 진짜 구질구질했구나.. 어떻게 그렇게 진지하게. 뭐 어쨌든 그렇게 담배를 피우고 다음날 오후에 오신 부모님이 아니나 다를까 왜 담배냄새가 나냐고 추궁하셔서 S만 팔아먹었다는... 좀 치사하긴 하지만 나중에 S한테도 나 혼날까봐 내가 피웠다고는 말 못하고 너만 담배 피웠다 그랬으니 미안하다고 속죄했다.
생각해보면 그래도 대학교 일학년때가 S랑 가장 사이가 좋았던 시기였던것 같다. 이유는... 나는 항상 연애만 너무 열심히 했는데다가 S는 항상 생각이 많은 아이였는데 지금도 그렇고 난 듣는데에는 소질이 없는 아이였다. 아니면 둘다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편이어서 우정이 스테디하게 지속되지 못했던걸까? 3학년 초 내가 자유부인이라도 되는양 여러 연애를 한꺼번에 벌렸던 시점엔 사실 스스로 감당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잖아도 불안정했던 감정이 최악의 상태였다. 미대에 있던 S가 전화를 해서 같이 놀러가잔다. 별로 내키진 않는데 우선 학관 지하로 오지 그러냐고 했다. 잠시후 다른 누군가와 함께 S가 왔다. 잠시 서로의 근황을 확인한뒤 S가 이제 학교를 나가자고 한다. 아니 나는 그냥 됐어... 아니면 그때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가라고 했었나? 그랬더니 잎새가 폭발하여 불같이 화를 내며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며 날 비난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학관까지 오지 않았을거라고. 당황하기도 했고 사실은 상처를 받았다. 눈물이 나기 시작하고 미안하다 변명을 하는데 날 용서해주지 않고 됐다며 붙잡는 내 손을 뿌리친다. 학관지하에서 정말 목놓아 울었던것 같다. 사실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지는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란 인간은 비슷한 상황이 다시 닥친다해도 비슷하게 행동할 것 같다. 난 무책임하지만 일부러 그러는적은 거의 없고, 내가 한 행동이 실수라는 걸 깨닫는 순간 이성적으로 반응하기엔 너무 긴장해버리곤 하니까.
내가 알았던 S를 생각해보면 우린 참 비슷한 점이 많았다. 우습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는 그 사실 때문에 우리의 관계가 그정도에서 머무를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다이내믹하고 happening한 우정을 유지하기엔 난 이미 항상 감정적으로 소진된 상태였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감정을 아낄수 있을때 최대한 아끼고 싶었다. 결국은 내가 피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끝이고 더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사람들은 후회하는걸까? 아니 잘 할수 있었을텐데 하는 구체적인 후회는 아니다. S를 대했을때 나는 나 자신이었고 만약 같은 상황이 리플레이 된다 해도 사실은 다르게 행동할 자신은 없다. 객관적인 최선의 행위를 말하긴 쉽지만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행위는 나 자신을 벗어날수는 없는 거니까. 단지...

사람이라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고 그런 다음 스스로의 머릿속에 뒤따르는 논리적이고 회의적인 질문들을 떨쳐 낼 요량으로 베개를 고쳐 베고는 기분 좋게 잠이 드는 그런 경험을 가끔 하기 마련이니까... 뭐 그러고 싶었던거다 나는. 끝났다는걸 알았을때는 그런 경험조차 기대할 수가 없다.
by 금복주 | 2010/02/28 01:10 | 트랙백 | 덧글(2)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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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0/03/04 17: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금복주 at 2010/03/06 00:09
감정적으로 고조된건 미성숙해서 그런거지 우정하고는 모 별로 상관이 없는거같애. 메신저 나 맨날 들어와 있는데?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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